지금으로부터 3년전인 2007년 8월 오디오장비 전문업체인 MOTU에서는 별다른 예고도 없이 ‘Magic Box'라는 별칭으로 V3HD라는 비디오 장비를 시장에 선보였다. Mac과 PC, HD와 SD, 편집용 입출력과 독립형 컨버터를 모두 지원하는 이 신기한 제품은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시장에서 그 영역을 넓혀나갔지만, 일부에서는 오디오 업체가 갑자기 이런 제품을 내놓았다는 것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과연 MOTU가 비디오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려는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간’을 보는 단계인 것인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으며 일부에서는 단순히 OEM 형식으로 제품 하나를 잘 ‘뽑은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MOTU는 별다른 해명도 없이 꿋꿋하게 V3HD의 후속작인 V4HD를 출시하면서 온갖 루머를 잠재우고 본격적으로 비디오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게 된다.

V4HD는 더욱 향상된 컨버팅 품질로 인해 넌리니어뿐만 아니라 컨버터 시장까지도 잠식하면서 최고의 가격대비 성능을 구현하는 종합 비디오 장비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바로 그 V4HD의 출시로부터 2년이 지난 지난달 MOTU는 본사 사이트에 HDX-SDI라는 차세대 멀티포맷 IO의 출시를 발표함과 동시에 자사의 사업부를 오디오와 비디오로 구분하여 운영한다는 것을 업계에 공식적으로 선포한 것이다.


비디오와 오디오 파트로 사업부를 구분한 Motu 본사 홈페이지



HDX-SDI의 특징
일단 HDX-SDI와 V4HD는 비슷한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그 특징은 전혀 다른 종류의 장비라고 볼 수 있다. V4HD가 컨버터와 넌리니어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종합 비디오 장비라면 HDX-SDI는 넌리니어 전용의 입출력 인터페이스이다. 따라서 V4HD처럼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없으며 Mac 또는 PC에 연결해서 HD/SD 영상을 캡쳐하거나 출력하는 역할을 한다.


HDX-SDI의 설정 유틸리티인 MOTU Video Setup



데스크탑과 노트북용 제품

V4HD가 IEEE1394를 시스템 연결용 인터페이스로 사용했던 것에 비해 HDX-SDI는 PCI-Express 통한 외장형 인터페이스를 사용한다. 따라서 데스크탑용 제품과 노트북용 제품으로 구분되어 출시되며 데스크탑용 제품에는 PCI-Express 슬롯에 장착하는 옵션 카드가 포함되어 있고 노트북용 제품에는 Express34 슬롯에 장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카드가 들어있다.


데스크탑에 사용되는 PCI-Express 카드와 노트북에 사용되는 Express34 인터페이스 카드



그렇기 때문에 제품을 구입할 때 자신이 어떤 시스템에서 이 장비를 사용할 것인지를 선택한 후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 또한 노트북에 사용하는 경우라면 우선 자신이 사용하려는 노트북에 Express34 슬롯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도록 하자.


고성능 오디오 입출력

이미 시중에는 PCI Express를 사용하는 외장형 장비들이 여러 종류 출시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AJA의 IO Express와 블랙매직디자인의 멀티브릿지 시리즈, 매트록스의 MXO2 시리즈 등이 있다. 이런 종류의 장비들은 거의 대동소이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비압축을 비롯한 기본 영상 코덱 지원과 Mac과 PC의 듀얼 플랫폼 지원, SD와 HD의 멀티포맷 지원, 디지털 및 아날로그 입출력 등이 그것이다.
또한 공통적으로 Mac에서는 Final Cut Pro를 지원하고 PC에서는 Premiere Pro를 넌리니어 편집용 어플리케이션으로 사용할 수 있다.


Express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다양한 외장형 편집장비들



HDX-SDI는 이런 종류의 다른 제품들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중 하나는 다양한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지원이다. HDX-SDI는 디지털로 지원되는 8채널 오디오 외에도 아날로그 스테레오 8채널을 하드웨어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단자를 포함하고 있다. 이는 아무런 부가장비 없이 곧바로 7.1채널 오디오 모니터링과 녹음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매트록스의 MXO2 Rack에도 8채널 아날로그 단자가 있기는 하지만 HDX-SDI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가격을 가지고 있는 제품과의 비교는 무의미하기 때문에 논외로 해야 할 듯 하다.


아날로그 8채널의 하드웨어적인 직접 지원



또한 오디오 믹서와 직접 연결될 수 있는 별도의 독립 오디오 인터페이스까지 사용한다면 16채널 오디오를 지원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오디오 인터페이스로서도 손색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순전히 MOTU의 전공 분야가 뛰어난 가격대비 성능을 지원하는 디지털 오디오 인터페이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HDX-SDI는 Apple의 Soundtrack이나 누엔도 같은 오디오 편집용 어플리케이션에서 오디오 IO 장비로도 사용할 수 있으며 디지털 믹서의 전용 25핀 포트를 통해서도 사운드 입출력이 가능하다.

타임코드 디스플레이 DX-SDI 본체에는 입력되거나 출력되는 영상의 타임코드를 표시해주는 타임코드 LED 디스플레이가 내장되어 있다. 이는 작업자에게 정확한 프레임으로 입출력되는지를 알려주는 동시에 장비의 동작상태나 데크제어 여부와 같은 여러 가지 상황을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준다.


타임코드는 MOTU 비디오 설정에서 타임코드 시작의 기준점을 지정할 수 있어 상이한 출력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



헤드폰 단자
HDX-SDI의 상위 기종인 V4HD에서부터 장착되어 온 헤드폰 단자는 55파이 잭의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표준 헤드폰이 연결될 수 있도로 자체 앰프를 내장하고 있다. 헤드폰 단자는 외부기기의 조달이 어려운 현장편집에서 강력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특징이다.
만일 노트북만 가지고 중계 현장에서 컷편집을 한 후 다시 데크로 보내야하는 경우 데크로 출력되는 오디오가 정상적으로 나가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IO 장비에서 직접 오디오를 모니터링하는 것인데, 급박한 현장에서 제대로된 스피커를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의 간편한 오디오 모니터링은 필수요건



헤드폰 단자의 볼륨 조절용 노브는 펌웨어 업그레이드시에도 사용되며 이 노브를 누른채 전원을 켜면 MOTU 서버에서 다운받은 최신 버전의 펌웨어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Auto On/Off

HDX-SDI처럼 PCI-Express 방식으로 연결되는 장비들의 특징 중 하나는 반드시 시스템이 켜지기 전에 외장 Express 장비에 전원을 인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외장형 장비로 만들어진 이런 IO 장비들이 컴퓨터 시스템에서는 내부 PCI-Express 슬롯에 직접 연결된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만일 시스템의 전원을 켜기 전에 외장 IO 장비의 전원이 켜져있지 않는다면 컴퓨터에서는 당연히 외장 디바이스를 인식하지 못한다. 시스템이 켜진 다음 외장 IO 장비의 전원을 넣어봤자 그때는 이미 늦은 이후이다.
뭐 이것이 별것 아닐 수도 있다. 시스템을 켜기 전에 외장 IO 장비의 전원을 켜놓기만 하면 되니까. 그러나 직접 작업을 하다보면 종종 이를 지키지 못해 몇 번씩 시스템을 리부팅하는 일이 반드시 생기게 된다. 더군다나 HDX-SDI처럼 랙마운트 형식의 장비들은 대부분 랙케비넷에 장착하거나 데크 주변에 놓고 사용하게 되는데, 시스템과 조금이라도 떨어져있다면 이를 매번 체크하는 것도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HDX-SDI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Auto On/Off' 모드를 제공하고 있다. 메인 전원을 인가한 상태에서 Auto On/Off 모드로 장비를 선택하면 평소에는 Off 상태를 유지하다가 시스템의 전원이 인가됨과 동시에 HDX-SDI의 전원이 함께 켜지게 된다. 이것으로 IO 장비의 전원인가 여부에 관계없이 마음놓고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한가지 Atuo On의 역할이 있는데, 바로 장비의 펌웨어 업데이트를 자동으로 다운받아 유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버전의 펌웨어가 MOTU 사이트의 서버에 등록되면 Auto On 모드로 되어있는 경우 이를 다운받아 MOTU 비디오 설정에서 새로운 버전이 등록되었음을 알려주게 된다. 이 또한 매번 새로운 펌웨어가 등록되었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수고를 줄여주는 매우 편리한 기능이라 하겠다.


자동으로 펌웨어 업데이트를 알려주는 Auto 기능 - 업그레이드동안 LED로 표시된다



입출력 LUT(Look Up Table)
보통의 라이브 중계와 같은 환경에서는 영상의 상태에 따라 밝기나 색상 등을 보정해주는 색보정 장치를 카메라 컨트롤 유닛(CCU)에 연결해서 사용하게 되는데, 작은 규모의 시스템이나 상황에 따라서는 이런 환경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바로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입력 영상에 대한 룩업테이블(Look Up Table) 적용이다. 입력되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색보정처리해서 아예 캡쳐할 때부터 미리 전체적인 색보정을 가하는 방식인데, 아날로그 영상의 경우 각 기기마다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식의 색보정을 할 수 있도록 많은 장치에서 입력 LUT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입력 LUT을 수정하지 않은 영상(좌)과 임의로 조정한 영상(우)



하지만 HDX-SDI는 특이하게도 출력 영상에 대한 LUT 조정도 함께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SD와 HD를 동시에 지원하는 기기의 특징을 고려한 배려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알려진바와 같이 HD와 SD는 밝기에 대한 기준값이 다르기 때문에 HD 영상을 그대로 SD로 출력한다던가, 반대로 SD영상을 HD로 출력하는 경우 서로 다른 밝기값과 색상특징을 가지게 된다. 이것을 아예 넌리니어의 타임라인에서 비디오 클립의 속성을 가지고 변경해버린다면 원본 영상의 값이 틀어지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
HDX-SDI에서 제공하는 출력 LUT 영상제어는 바로 이런 경우 원본 비디오클립에 아무런 이펙트나 렌더링을 걸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간단하게 출력 영상에 대한 밝기, 색감, 색상 등을 그래프를 통해 세밀하게 조정해서 실시간으로 직접 출력 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MOTU에서는 Avid white paper를 함께 공개하여 ASC CDL에서 지정한 컬러그레이딩을 통해 표준 시네마틱 워크플로우를 지원하고 있다.

비디오 입출력 HDX-SDI의 비디오 입출력부는 V4HD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컨버터로도 사용할 수 있는 V4HD와는 다르게 넌리니어로만 동작되는 특성 때문인지 SDI 입출력과 컴포넌트 입출력은 SD/HD를 구분하지 않고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HD/SD SDI 입출력 및 아날로그 입출력단자



전면에 위치한 컴포지트 RCA 전용 입력단자



또한 컴포지트 입력은 전면에는 전용 RCA 단자를, 후면에는 컴포넌트와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BNC 단자를 장착하여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보통 이동형 장비에서 많이 사용하는 컴포지트 SD 장비를 연결할 때마다 랙마운트에 연결된 장비의 후면을 확인해야 한다면 얼마나 복잡하겠는가? HDX-SDI의 전면 RCA 컴포지트 단자는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배려라 할 수 있다.





비디오 입출력에 대한 설정을 드라이버 설치 후 넌리니어 편집기의 캡쳐 및 출력 설정에 등록된 프리셋을 사용할 수 있다. Final Cut Pro의 경우 비압축과 PreRes422, DVCProHD 등 다양한 오픈 코덱을 사용할 수 있어 그 활용도가 크다. 물론 비압축 영상을 캡쳐받는 경우라면 HD의 경우 초당 150MB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안정적인 스토리지는 필수적이다.

오디오 입출력 비슷한 가격대의 장비들과 비교해 보아도 HDX-SDI의 오디오 입출력 부는 지나치리만큼 화려하다. 1U 마운트의 작은 사이즈임에도 불구하고 8채널의 아날로그 오디오 입출력과 AES/EBU 디지털 오디오, 25핀 전용 오디오 인터페이스 케이블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입력레벨을 확인할 수 있는 LED 인디게이터와 총 16채널의 음성 신호를 확인할 수 있는 표시등까지 다양한 오디오 기능을 가지고 있어 디지털 오디오업계의 전문가다운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동급 최강의 성능과 외관을 갖춘 오디오 입출력 단자



8채널의 오디오를 과연 어디에 사용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장 상황은 하나의 장비에서 많은 트랙의 오디오 신호를 처리하는 것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모른다.일단 현장의 주변 배경음을 2채널 수음하고 인물의 대사에 2채널을 할당한다. 여기에 편집시 인가되는 테마음악 2채널과 효과음 내지는 다국어 배포를 위한 더빙까지 생각한다면 8개라는 오디오 채널의 수가 결코 많은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또한 아날로그로 지원되는 8채널 오디오 출력단자는 최근 큰 이슈가 되고 있는 7.1채널 오디오 모니터링을 완벽하게 처리하도록 도와준다.

데스크탑과 모바일 환경에 모두 적용HDX-SDI는 PCI Express 카드를 사용하는 데스크탑 제품과 노트북용 Express34 슬롯을 사용하는 랩탑용 제품으로 구분된다. 제품의 본체는 동일하며 연결에 사용되는 인터페이스의 종류에 따라 데스크탑이냐 노트북용이냐로 나뉘게 되는데, PC 기반이라면 데스크탑이나 노트북 기반이나 별다른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지만 Mac 기반이라면 노트북 선택에 주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업무용 PC 노트북들이 Express34 슬롯을 가지고 있는데 비해, Mac용 노트북인 Macbook이나 Macbook Pro에는 Express34 슬롯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현재 Express34 슬롯을 가지고 출시되는 신제품 Mac 노트북은 Macbook Pro 17인치 모델이 유일하다. 하지만 대부분 Macbook Pro를 가지고 HD 편집을 고려하는 상황이라면 17인치를 선택하는 것이 해상도면이나 성능면에서 월등히 유리하기 때문에 그리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디오와 비디오의 경계선에서 두 가지를 모두 끌어안다



지금까지 살펴본 HDX-SDI는 현재 출시되고 있는 비슷한 종류의 제품들처럼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휴대성과 사용도 면에서 편리한 여러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런 종류의 장비들이 가지는 문제점 중 하나는 제품의 호환성 여부이다. 과거 전용 워크스테이션 환경에서만 동작하는 넌리니어들과는 다르게 다양한 시스템과 다양한 운영체제, 하드웨어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워크스테이션(또는 PC)을 사용하는 환경에서는 발빠른 드라이버 지원과 사용자의 의견이 곧바로 반영되는 본사의 지원이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항목이다. 더군다나 이런 종류의 외장형 장비들은 펌웨어를 사용하여 장비의 성능을 대폭 끌어올릴 수도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의 기능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면에서 지난 12월 15일 발표된 신형 드라이버는 우리나라 사용자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바로 MOTU의 비디오 드라이버가 한글버전으로 제공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MOTU 뿐만 아니라 업무용 넌리니어 장비의 드라이버와 설정이 한글 버전으로 제작된 사례는 찾아보기 드물다. 그만큼 MOTU 본사 차원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고 나선 것이여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한국어 지원이 시작된 MOTU의 드라이버



HDX-SDI는 여러모로 재미있는 제품이다. 동급의 장비들과 동일한 기능을 가지면서 LUT 설정이나 강력한 오디오 기능처럼 독특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앞에서도 말한바와 같이 이것은 전적으로 MOTU의 고향이 디지털 오디오 분야이기 때문이다. V4HD를 통해 비디오 시장에서 그 입지를 다진 MOTU의 두 번째 작품인 HDX-SDI는 그런 의미에서 비디오와 오디오의 경계선에서 두 가지 영역을 모두 끌어안는데 성공한 또 하나의 수작이라 여겨진다.





Posted by TONY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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