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방송 박람회를 가보면 빠지지 않고 항상 등장하여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장비가 있다. 화려한 장식과 매트박스, 전용 프리뷰모니터와 세밀한 포커스 조작을 위한 노브, 레일로드 시스템과 용도를 짐작하기 어려운 각종 장치들까지...

얼핏보면 그냥 영화 촬영용 필름 카메라로 착각하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 조금만 자세히 살펴본다면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방송 전시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언밸러스한 조합의 촬영장비들




분명 여러 가지 부가장비는 필름카메라에서나 볼만한 것들인데, 이것을 기록하는 최종 녹화장치는 다름아닌 일반 비디오 캠코더이기 때문이다. HD급 캠코더의 보급이 활발해지면서 과거 필름에서도 비해 해상력이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필름과 같은 심도와 색감을 얻기위한 장치-바로 ‘필름룩 아답터’들인 것이다.


필름룩과 비디오룩

영상을 다루는 사람들에게 최종으로 추구하는 궁극의 화면을 꼽으라고 한다면 십중팔구는 ‘필름룩’, 즉 영화같은 느낌의 화면을 말할 것이다. 그만큼 필름룩은 영상인들의 로망이자 결론이라 할 수 있다. 최근들어 24P를 지원하는 소위 ‘필름룩-시네라이크’ 캠코더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만 보아도 이런 영상인들의 로망을 잘 나타내고 있다.


비디오룩의 대표인 드라마와 필름룩의 대표격인 영화




그렇다면 과연 필름룩과 비디오룩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TV의 화면을 ‘비디오룩(Video Look)’이라고 한다면,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와 같은 느낌의 화면은 정확한 용어는 아니지만 보통 현장에서 ‘필름룩(Film Look)'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TV에서 방영되는 영상이라 할지라도 필름룩을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중 가장 많은 빈도를 사용하는 것은 CF 광고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CF 광고의 90% 이상은 필름카메라를 이용한 필름룩을 사용하고 있다.





또 다른 분야로는 뮤직비디오를 들 수 있다. CF 광고와 마찬가지로 많은 뮤직비디오들도 더 나은 색감의 영상을 만들기 위해 필름룩에 의존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사극이나 블록버스터 드라마들도 좀 더 나은 영상을 만들고자 필름룩을 선호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런 필름룩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얕은 심도표현이라 할 수 있다. 필름카메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빛을 처리하는 부위인 감광소자가 작은 비디오는 얕은 심도를 표현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 따라서 비디오룩과 필름룩을 구분하는 가장 첫 번째 요소는 바로 심도표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름룩과 비디오룩을 구분하는 첫 번째 기준인 심도 - FA35를 적용한 것이 위의 영상이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감독의 의도에 따라 카메라는 촬영하는 대상에 정확히 포커싱을 해서 스토리를 풀어가는 방식을 사용하곤 한다. 이런 식의 이야기 전개는 짧은 시간동안에도 영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며 영상물의 내용을 가장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본적인 처리방식이 된다. 바로 이런 부분 때문에 짧은 시간동안 최대한 감각적인 부분을 이끌어내어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CF나 뮤직비디오에서는 오랜 시간동안 필름룩이 대세를 이루어 왔던 것이다. 여기에 몇가지를 덧붙이자면 영화 필름이 고수하고 있는 초당 24프레임으로 처리되는 시네프레임 방식과 필름 특유의 감마커브와 관용도, 그리고 필름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인 입자로 표현되는 질감 등이다.

먼저 24프레임의 영상 저장 포맷은 이미 여러 캠코더들이 채택하고 있을 정도로 영화처럼보이는(시네라이크-Cinelike) 기법의 기본 중 기본이 되었다. 이제는 가정용으로 출시되는 소형 캠코더에서도 프로그래시브 방식의 영상인 24P의 HD 포맷을 손쉽게 지원하고 있을 정도로 보편적인 것이 되어버린 상태에서 이를 구현하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또한 다들 아는바와 같이 필름은 비디오와는 다르게 픽셀이 아닌 감광입자를 가지고 이미지를 표현하는 원리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필름으로 촬영된 영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주 작은 알갱이 같은 것들이 빠르게 화면위를 이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입자를 통한 영상표현은 비디오의 픽셀 개념과는 다르게 보다 부드러운 영상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 픽셀을 통한 이미지 구현이 칼날과 같은 선예도를 그 생명으로 했다면 필름의 입자로 구현되는 이미지는 보다 부드럽고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거친 질감을 표현하는 도구가 되기도 했던 것이다.

어떻게 보자면 필름룩은 해상력의 문제가 아니라 심도와 색감, 느낌과 같은 감성적인 면이 우선시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HDTV의 칼날같은 화면보다는 좀 더 뭉그러지는 느낌의 몽환적인 얕은 심도를 가지는 영상을 가지고 CF나 뮤직비디오같은 감각적인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필름룩 아답터

앞에서 말한 것처럼 비디오룩과 필름룩은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다. 만일 그중 몇가지 특성을 바꿀 수 있다면 비디오용 캠코더를 가지고 필름룩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렇다면 굳이 값비싸고 복잡한 처리절차를 거쳐야하는 필름 촬영 프로세스를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의문에서부터 시작된 것인 바로 필름룩 아답터이다. 필름룩 아답터의 원리는 간단하다. 우리가 가장 쉽게 필름룩을 비디오로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은 아마도 극장에서 캠코더로 영화를 촬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필름의 색감과 느낌을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비디오 규격으로 녹화할 수 있을테니까.


극장에서 직접 비디오로 촬영?




이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필름의 렌즈로 촬영된 영상을 스크린에 투영시킨 후 이 화면을 비디오 카메라로 담는다면 어떨까? 이것이 바로 필름룩 아답터의 원리이다. 아답터의 구조는 단순하다. 렌즈의 초점거리에 맞추어 영상을 투영할 수 있는 특수한 재질의 스크린을 놓은 후 이것을 여러 단계의 아크로뱃 렌즈를 사용하여 비디오 캠코더에 알맞게 배율을 정하면 된다. 단순한 원리지만 이것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렌즈 특성과 캠코더의 특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 한가지 문제로는 스크린에 맺힌 상을 촬영한다는 한계에 있다. 만일 스크린의 상태가 완전 무결한 상태라면 그리 큰 문제가 없겠지만 피사체가 기록되는 면인 스크린에 먼지나 오염이 있다면 그것이 그대로 영상으로 기록되게 된다. (SLR 카메라의 CCD 먼지를 생각하면 쉬울 듯) 또한 스크린의 재질이 입자를 이루며 필름의 재질처럼 보여지지만 이것이 항상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마치 영상에 막이 한 끼인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스크린을 끊임없이 회전시키거나 진동하는 방식을 이용하는데, 이 때문에 열악한 환경에서도 최상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되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에서 제작, 판매되는 다양한 제품들도 이런식의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 필름룩 아답터를 통해 실제 HD 영화를 촬영하는데 큰 공헌을 하기도 했다. (이런 아답터가 아니라면 디지프라임같은 렌즈를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겠는가)


해외에서 판매중인 여러 가지 필름룩 아답터 제품




이런 류의 제품으로 Letus, Mini35, Pro35, Movietube, M2 같은 것들이 이미 해외에서 시판중에 있다. 이들 제품들의 특징은 모두 공통적으로 일반 SLR 카메라용 렌즈를 DV 혹은 HDV 캠코더같은 일반 캠코더에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비디오용 렌즈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높은 품질을 가지는 SLR 카메라용 렌즈의 영상을 캠코더로 촬영할 수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다.

먼저 높은 수준의 색감과 심도 특성을 가지는 SLR 카메라의 사진 이미지를 그대로 동영상으로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반 캠코더가 표현하기 힘든 광각이나 망원과 같은 촬영도 SLR 렌즈를 이용하여 쉽게 촬영할 수 있다. 이는 영상의 줌과 와이드 표현을 캠코더 자체렌즈가 아닌 SLR 렌즈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SLR 카메라 자체에 HD 동영상 촬영기능이 포함되어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쓸만한 품질의 HD 영상을 보여주는 SLR 카메라인 5D Mark II같은 경우에는 카메라 자체의 가격도 고가일 뿐 아니라 24P가 아닌 30P로 밖에 기록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저장되는 포맷인 H.264는 고화질 편집용 소스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못하다.

이에 비해 필름룩 아답터를 사용하여 기록되는 영상을 일반 비디오 포맷과 동일하게 처리될 수 있으므로 기존의 워크플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영상의 품질만 바꾸어 기록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보다 손쉽게 후반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5mm 필름룩 아답터 - FA35

이번 테스트에서 다루게될 FA35는 해외의 고가형 필름룩 아답터에 대응해서 출시된 국산제품으로 국내 환경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가정용 캠코더 및 방송급 캠코더에 적합하게 제작되었다.

FA35는 필름용 렌즈를 곧바로 캠코더의 필터장착부에 부착시켜 사용할 수 있는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별도로 고가의 레일로드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없어 구축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면서도 다른 필름룩 아답터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수준의 영상을 구현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규모로 필름룩을 구현하려는 이들에게 적합한 제품이다.

FA35는 그 용도에 따라 이코노미, 플러스, 프로의 3가지 버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코노미 제품은 소형 캠코더에 적합한 37mm와 43mm 필터규격을 지원하는 제품이며 플러스는 동일한 규격에 진동스크린이 내장되어 보다 깨끗한 영상을 얻을 수 있는 제품이다. 프로 버전은 방송급 캠코더인 소니 Z1이나 캐논 A1 등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62mm와 72mm 필터규격을 지원하며 진동스크린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FA35 이코노미 FA35 플러스


FA35 프로




FA35의 기본 구조는 다른 필름룩 아답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렌즈의 상을 받는 스크린부와 이 상을 왜곡없이 캠코더로 전달하기 위한 변환 렌즈와 필터 등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적인 구조로는 단초점을 지원하지 않는 캠코더에서 정상적인 렌즈의 상을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보정해주는 변환 렌즈와 정확한 초점거리를 맞춘 이미징 스크린 등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필름아답터 FA35의 구조




FA35에는 고가의 장비들에서나 볼 수 있는 진동 스크린이 기본으로 제공된다.(이코노미는 제외) 따라서 스크린에 먼지가 묻거나 약간의 흠집이 있더라도 촬영 결과물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스크린 자체의 매쉬구조물이 찍히지 않고 렌즈의 영상물만 얻을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장점이다. 정밀한 광학제품인만큰 렌즈나 스크린, 연결부에 흠집이나 변형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서 다뤄야 하는 점은 다른 장비들과 동일한 특징이다.

단 렌즈의 상을 그대로 잡아내기 때문에 결과물의 영상은 뒤집힌채로 들어온다. 이는 렌즈가 역상으로 이미지를 표현하기 때문인데, 편집과정에서 거꾸로 뒤집힌 영상에 ‘Flip' 이펙트를 부여하면 되기 때문에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보여진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촬영시에도 뒤집힌 영상을 보면서 촬영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거울을 액정 모니터에 연결해서 해결하거나 외부 모니터를 따로 장착하는 것이 보다 편리한 촬영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간단한 형태의 외부 모니터도 촬영시 큰 도움이 된다




물론 HD를 지원하는 고가의 외부 모니터를 장착한다면 한결 수월하게 편집과 수동 포커싱을 맞출 수 있겠지만 장비의 컨셉이 그리 큰 비용을 들이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위 그림처럼 간단한 형태의 외부 모니터만 설치해도 기본적인 포커스와 앵글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촬영시 큰 도움이 된다.


제작과정에서의 활용

그렇다면 실제 필름룩 아답타를 통해 촬영된 영상과 일반 영상과의 차이점에 대해 몇가지 샘플을 가지고 비교해보기로 하자. 테스트 촬영에 사용된 캠코더는 캐논의 가정용 HDV 캠코더인 HV20이며 렌즈는 캐논의 저가형 단렌즈인 50mm 1.8을 가지고 촬영했다.


FA35를 통해 촬영한 영상(상)과 일반 모드로 촬영한 영상(하)




원래 테스트 촬영은 인물을 가지고 해야 하지만 급하게 리뷰를 진행하는 과정이라 공원풍경을 찍어 보았다. 필자가 영상촬영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샘플을 봐주기 바란다.

일단 FA35를 거친 영상은 심도차이를 명확히 보기 위해 약간의 대비 보정을 거쳤다.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앵글로 촬영된 영상을 보면 FA35를 통한 영상이 확실히 얕은 심도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캠코더의 심도특성이 아니라 FA35에 연결된 렌즈의 심도특성을 따르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특징이다.


해외 사이트에 올라온 필름 아답타 영상들




해외 사이트의 필름룩 아답타 영상을 보면 줌렌즈와 망원 등을 사용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미 많은 수의 영화와 뮤직비디오, CF 등이 이런 식의 필름룩 아답터를 통해 촬영되고 있으며 장비 운용의 안정성과 효율성은 높이 평가되고 있는 분위기다.


촬영자의 역량을 200% 발휘할 수 있는 마법의 상자 필름룩 아답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수동포커스로만 렌즈를 조작해야 한다는 점과 거꾸로 플립된 영상, 대형 렌즈를 사용시 거치의 문제 등 감수해야 할 불편함이 많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만일 간편하게 비전문가가 일반적인 영상물을 얻어내는 용도라면 애초에 이런 필름룩 아답터를 필요하지도 않다. 굳이 다루기도 힘들도 경우에 따라 오히려 흐릿하게 포커스도 맞지 않는 화면이 나올 확률도 있는 방식보다는 모든 것을 자동으로 척척 맞춰서 또렷하게 촬영할 수 있는 ‘풀오토’ 모드를 사용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FA35같은 필름 아답터를 가지고 이런 불편함을 감수할 때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은 모든 고생을 잊게 할 만큼 뛰어나다. 게다가 심도 표현을 통해 스토리를 풀어가야 하는 영화와 같은 영상물이라면 반드시 도전해봐야 할 관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캠코더에서 필름룩 아답타를 사용할 수 없었던 가장 큰 문제는 지금까지의 필름룩 아답터들이 지나치게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보통의 HD 작업용 아답터들은 1000만원대 제품이 주를 이루었고(렌즈와 캠코더를 제외한 순수 아답타만의 가격이다), 보급형으로 나온 제품들이라고 해도 수백만원의 금액을 주어야만 접해볼 수 있는 그야말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 그에비해 FA35는 해외 제품의 1/10 정도 금액으로도 필름룩을 접해볼 수 있는 아주 바람직한 장비라 할 수 있다.

이제 그동안 잠시 접고 있었던 영화와 같은 영상물의 꿈을 펼쳐볼 준비가 되었다면 과감하게 촬영자의 역량을 200% 발휘해줄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촬영장비에 도전해보기 바란다. 물론 촬영 과정에서부터 쉽지 않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지도 모르고 원하는 결과물이 쉽게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누가 그랬던가?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고...



Posted by TONYSTYLE


,